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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방주의, WTO를 무력화하다

essay9328 2025. 4. 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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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랫동안 WTO 체제의 수혜자였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WTO 상소기구를 마비시키며 ‘기능 정지’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그 기조를 이어가며, 국제 규범보다는 자국 안보와 산업 이익을 우선시하는 무역정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 대표 사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중국산 태양광 패널·배터리에 대한 제재 등

신(新) 통상체제의 4가지 키워드

1. FTA·블록 중심 체제

WTO가 사실상 붕괴된 만큼, 이제 통상은 블록 기반 질서로 재편됩니다.

  • 미국 중심: USMCA, IPEF
  • 중국 중심: RCEP, 일대일로
  • EU 중심: 글로벌 게이트웨이, CBAM

전 세계는 ‘보편적 규범’이 아닌, 블록 간 규범 경쟁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2. 규범의 파편화: Issue-by-Issue 연합체

WTO는 모든 회원국이 한 목소리를 내는 다자체제였지만, 이제는 기술·디지털·환경 분야별 소다자 협정이 현실적 대안입니다.

  • 디지털 무역: DFFT(일본 주도), 디지털경제파트너십협정(DEPA)
  • AI·데이터 규범: OECD, 유럽 AI 법안 주도
  • 탄소무역: EU의 CBAM, 미국의 청정에너지 보조금

이제 규범도 ‘전체 회의’가 아닌, 전문 분야별 ‘클럽’ 가입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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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규범전쟁: 미국 vs EU vs 중국

앞으로 통상은 기술 규범, 노동 기준, 환경 기준 등 ‘비관세 장벽’ 중심의 규범 전쟁으로 흘러갑니다.

  • 미국: 안보 중심 통상 (IRA, 안보적 수출통제)
  • EU: ESG·탄소 규범 수출 (CBAM)
  • 중국: 개발도상국 중심 협력체 강화 (RCEP, 브릭스)

각국은 자신만의 ‘룰’을 만들고, 그 룰을 글로벌 기준으로 만들려는 싸움에 들어갑니다.


4. 공급망이 외교의 핵심

최근 통상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입니다.

자국과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국가와만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을 구성하려는 전략이죠.

  • 미국: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핵심 품목을 우방국으로만 묶는 구조
  • 중국: 내수 중심 ‘쌍순환 전략’으로 외부 충격 차단

한국처럼 중간에 낀 국가는 이 틈에서 ‘공급망 전략국가’로 거듭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 무역은 더 이상 경제의 영역이 아니다

통상은 이제 외교, 안보, 산업정책의 연장선이 되었습니다.

WTO 시대처럼 “모두가 자유롭게 경쟁하자”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누가 나와 같은 팀인가”를 먼저 따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한국도 외교부, 산업부, 국방부,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통상 전략을 짜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우리의 통상외교 전략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규범도, 시장도, 기술도 다 뺏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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