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5일, 서울 남산.
"여러분, 이 나라는 하나님께서 세우셨습니다!"
단상 위, 백도영 목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 권영석 대통령을 지켜야 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아멘을 외쳤다.
그들은 검은색 점퍼에 하얀 십자가 마크를 새긴 깃발을 흔들었다.
깃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빛의 사도단 — 질서와 믿음의 군대"
백도영은 과거 작은 교회의 목사였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는 권영석 대통령이 검사 시절 법과 정의를 수호했다고 추앙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대통령을 "신의 뜻"이라 믿고 있었다.
"반역자들은 하나님의 적입니다!"
"부정선거를 부정하는 자들은,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남산 집회는 단순한 종교집회가 아니었다.
그들은 곧 행동에 나섰다.
- 청와대, 용산 대통령실 앞 지지시위
- 야당 사무실 공격
- 재야 인사들 집 주소 공개
- '하나님 이름으로' 반대자 낙인
같은 시각, 서울대 정문 앞
"질서를 지키자! 자유는 사치다!"
국민구국청년단이 모였다.
20대 초반의 청년들.
붉은 완장을 차고 있었다.
"대통령 각하 만세!"
"반역자를 때려잡자!"
그들은 스스로를 "국민의 방패"라 불렀다.
SNS를 뒤져서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내고,
길거리에서 몰래 감시하고,
때로는 무력으로 위협했다.
국가 권력은 이들을 단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가 은밀히 말했다.
"구국청년단 덕분에 불순분자들이 조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3층 브리핑룸
권영석 대통령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다.
남산의 수천 명, 대학가의 완장부대.
김서연 여사가 조용히 웃었다.
"봐요, 사람들이 알아요. 누가 진짜 지도자인지."
권영석은 잔을 들어올렸다.
컵 속 위스키가 천천히 흔들렸다.
"믿음은 때로, 총보다 강하니까."
12월 7일, 서울 서부지법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됐다.
그 순간, 빛의 사도단과 구국청년단이 법원으로 몰려들었다.
"빨갱이 법원 타도!"
"재판 없이 처단하라!"
법원 창문이 깨지고, 불이 붙었다.
경찰은 멀찍이 서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서울은 불탔다.
그리고 다음날
권영석 대통령은 담담하게 발표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반역자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입니다."
'특별법'은 재판 없이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무섭게 진행되었다.
이제,
이 나라는 빛과 칼 사이에 있었다.
그 '빛'이 과연 신의 빛이었는지,
아니면 독재자의 광기였는지는
아무도 감히 묻지 못했다.
(연재 2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