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 피보디에식스박물관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보디(PEABODY)에 위치한 피보디에식스박물관(Peabody Essex Museum) 은 1799년에 설립된 미국 내 가장 오래된 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항해와 무역 관련 수집품을 중심으로 전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예술과 문화를 폭넓게 다루는 글로벌 아트 박물관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한국 미술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미국 최초의 박물관으로, 19세기 후반부터 한국 관련 유물들을 꾸준히 확보해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유길준 한국실’이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
2025년 5월 17일(현지시간),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의 한국 전시 공간이 ‘유길준 한국실(Yu Kil-chun Gallery of Korean Art and Culture)’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유길준’은 조선 후기의 개화사상가이자 한국 최초의 유학생, 그리고 '서유견문'의 저자입니다. 그는 일본 유학 이후 미국 보스턴에도 체류했으며, 당대 피보디과학관(현 박물관)의 관장이었던 에드워드 모스(Edward S. Morse) 와 교류를 맺었습니다.
유길준은 귀국길에 박물관에 한국 전통 의복과 생활용품 등을 기증하며 한국 문화를 미국에 알리는 데 기여했고, 그 공헌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전시장에 붙인 것입니다.

232㎡ 규모로 확장된 ‘유길준 한국실’의 전시 품목은?
이번 재개관을 통해 한국실은 232㎡(약 70평) 규모로 확장되었으며, 전시는 19세기 조선의 일상용품부터 21세기 현대 미디어아트까지 아우르는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주요 전시품:
- 1893년 시카고박람회 출품 의자
- 말총으로 만든 서양 신사 모자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의 선물)
- 백남준의 ‘Ceramic Vessel’
- 정연두 작가의 미디어아트
- 에드윈 모건 공사의 유품과 이범진 가족사진 최초 공개
또한 유길준이 에드워드 모스에게 보낸 편지, 그가 직접 기증한 유물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한미 교류의 역사적 상징물로서 의미를 더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 한미 문화교류의 본보기
이 재개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실 글로벌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습니다.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로 파견된 김지연 박사는 현지에서 한국 관련 소장품의 조사를 주도하고, 박물관과 한국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시 품목을 확대했습니다.

유길준은 누구인가?
- 출생: 1856년, 조선 한성
- 학력: 일본 게이오의숙, 미국 하버드대학교(청강)
- 업적: 《서유견문》 저자, 외무협판, 내무대신 역임
- 의미: 개화파 사상가이자 근대적 교육, 외교, 문화의 다리 역할 수행
그는 조선에서 최초로 유학길에 올라 서양 문물을 경험하고 기록으로 남긴 선각자였으며, 문화 외교의 실천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론: 미국에서 되살아난 한국 문화, 그 중심에 유길준
‘유길준 한국실’의 재개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의 확대가 아닙니다. 이는 19세기 개화기 지식인의 헌신과 교류의 유산이 21세기에 다시 꽃피운 역사적 사건입니다.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은 이제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미국 땅에서 뿌리내린 상징적 공간이 된 셈이죠.